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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맨션의 주소와 호수와 전화 번호를 메모하였다. 그리고는 서 덧글 0 | 조회 23 | 2021-06-03 16:35:58
최동민  
그는 맨션의 주소와 호수와 전화 번호를 메모하였다. 그리고는 서둘러 수염을 깎고, 옷을 갈아입고, 택시를 잡아 그곳으로 갔다.자네라면 어떻게 했겠나?TV 피플은 나란 존재 따위 전혀 무시하고 있다. 세 사람 다, 그곳에는 나같은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얼굴을 하고 있다.하지만 조심해.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라고 마루타는 말한다.올해 하루키 씨는 철인 경기에 도전할 계획이란다.나는 옛날에 너랑 한 약속을 아직도 분명히 기억하고 있어, 라고 그녀는 말했다. 그 한참 동안이나 그 말의 의미를 헤아릴 수 없었다. 그러다 문득 언젠가 그녀가, 자기가 결혼한 다음에 그와 자겠노라고 한 말을 기억해냈다. 그 역시 그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말을 약속이라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녀가 그런 말을 입에 담은 것은 그 당시 그녀가 혼란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혼란스러워 뭐가 뭔지 모르는 상태에서, 그만 그런 말을 하고 만 것이라고. 하지만 그녀는 혼란에 빠져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그녀에게 그것은 약속이었던 것이다. 명백한 서약이었다. 그는 순간 방향을 잃고 말았다. 대체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정당한 일인가, 그는 알 수 없었다. 그는 어쩔 바를 몰라 사방을 돌아보았다. 이미 아무 것도 그를 이끌어 주지 않았다. 물론 그녀와 자고 싶었다. 그것은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그는 그녀와 헤어지고 나서도, 몇 번이나 그녀와 자는 장면을 상상했던 것이다. 애인이랑 있을 때에도, 그는 어둠 속에서 그런 장면을 수없이 상상하였다. 따지고 보면 그는 그녀의 벗을 몸은 힐긋조차 본 일이 없는 것이다. 그가 그녀의 육체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은, 옷안으로 파고 들어간 손가락의 감촉뿐이었다. 그녀는 팬티도 벗지 않았었다. 그 안으로 손가락을 넣을 수 있게 해 주었을 뿐이다. 그러나 그는 지금 단계에서 그녀와 잔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하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 일은 많은 것은 훼손시킬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과거라는 어둠 속에 살며시
김난주그녀가 하려는 말은 그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만해도 또래의 남자아이들에 비하면 훨씬 현실적으로 사고하는 인간이었다. 그러니까 만약 다른 자리에서 이런 말을 일반론으로 들었다면, 어쩌면 그 의견에 찬동했을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일반론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 자신의 문제였다. 난 납득이 안 가, 라고 그는 말했다. 나는 너를 아주 사랑하고 있고, 너랑 하나가 되고 싶어. 이런 나의 바람은 아주 확실한 것이고, 내게는 무척 중요한 일이야. 가령 거기에 현실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포함되어 있다 해도, 솔직히 그건 대수로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 나는 그만큼 너를 좋아하고 있어. 사랑하고 있다고. 그녀는 또 고개를 저었다. 정말 어쩔 도리가 없구나, 라고나 말하려는 듯. 그리고는 그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사랑에 대해 우리가 뭘 알고 있을까, 라고 그녀는 말했다. 우리 사랑은 아직 아무런 시련도 당하지 않았어. 우리는 아무런 책임도 지고 있지 않다고. 우린 아직 어린애야. 너나 나나. 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다만 서글펐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벽을 쳐부술 수 없는 것이 서글펐다. 방금 전까지, 그 벽은 그를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여겼었다. 하지만 지금, 그것은 그의 앞 길을 막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무력하다고 느꼈다. 나는, 이제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것이다, 라고 그는 느꼈다. 나는 아마도 이대로, 이 막강한 틀에 갇힌 채, 거기에서 밖으로 나가도 못하고, 허망하게 나이를 먹어가겠지, 하고.결국 두 사람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그런 관계를 계속하였다. 도서관에서 만날 약속을 하여, 함께 공부를 하고, 옷을 입은 채 페팅을 하였다. 그녀는 그런 두 사람의 관계의 불완전성이 조금도 거슬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아니 그녀는 그런 불완전성을 즐기고 있는 듯이 보이기도 하였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그 두 사람이 아무런 문제없이 청춘을 보내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미스터 클린과 미스 클린. 그 혼자만 무언가 석연치 않은 기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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